건강 나침반(Health Compass) · 안전한 병원 사용 설명서 시리즈 ⑤
병원에서 특히 주의해서 사용하는 약을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야 하는 이유
오늘의 질문
“고위험 약물이라고 하면 정말 위험한 약이라는 뜻일까요?”
병원에서 약을 받다 보면 간호사가 이름과 생년월일을 다시 확인하고, 약 이름과 용량을 살펴보거나 다른 의료진과 함께 한 번 더 확인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어떤 약은 투여 전에 확인 과정이 더 많아 환자나 보호자가 ‘이 약이 그렇게 위험한 약인가?’ 하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위험 약물’이라는 말은 그 약 자체가 나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이지만, 잘못된 용량·투여방법·투여경로 등으로 사용될 경우 환자에게 큰 위해가 생길 수 있어 다른 약보다 더 세심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약을 말합니다.
먼저 기억할 한 문장
고위험 약물은 ‘사용하면 안 되는 위험한 약’이 아니라, 잘못 사용했을 때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투약 과정에서 더욱 세심한 확인과 관리가 필요한 약입니다.
고위험 약물이란 무엇일까요?
미국의 약물안전 전문기관인 안전한약물사용연구소(Institute for Safe Medication Practices, ISMP)는 고위험 약물을 ‘오류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일으킬 위험이 높은 약물’로 설명합니다. 이 약들에서 오류가 반드시 더 자주 발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차이는 오류가 생겼을 때 그 결과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고위험 약물을 정하고 보관, 처방, 조제, 투여, 관찰 과정에서 추가적인 안전 절차를 운영합니다. 다만 어떤 약을 고위험 약물로 지정하는지는 환자군과 진료환경, 의료기관의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고위험’이라는 이름은 약의 치료 효과를 부정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치료에는 필요하지만 오류의 결과가 클 수 있어 더 안전하게 다루자는 환자안전의 개념입니다.
어떤 약들이 대표적인 고위험 약물일까요?
고위험 약물 목록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병원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대표적인 약물군을 살펴보겠습니다.
- 인슐린 — 혈당을 낮추는 데 꼭 필요한 약이지만, 종류·농도·용량이 잘못되면 심한 저혈당 등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확한 확인이 중요합니다.
- 항응고제 등 항혈전제 —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사용하지만, 약의 종류와 용량, 환자의 상태에 따라 출혈 위험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 마약성 진통제 —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약이지만, 용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한 졸림, 진정, 호흡 억제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 고농도 전해질 주사제 — 농축 염화칼륨 등은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되지만 농도와 투여방법이 매우 중요하므로 보관·희석·투여 과정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 항암제 — 치료 목적에 따라 정확한 약물·용량·투여경로를 확인해야 하며, 오류가 발생하면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어 여러 단계의 안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 신경근 차단제 — 수술·마취·중환자 치료 등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며 호흡근을 포함한 근육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어 매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약물군입니다.
위 예시는 고위험 약물의 전체 목록이 아닙니다. 같은 약이라도 제형·농도·투여경로와 진료환경에 따라 관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목록을 외우기보다 ‘왜 이 약을 쓰는지,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왜 고위험 약물에는 확인 절차가 더 많을까요?
약은 처방에서 투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환자, 약 이름, 용량, 투여시간, 투여경로 등이 정확해야 하고, 일부 고위험 약물은 환자의 검사결과나 현재 상태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처방과 용량을 표준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표시합니다.
- 일반 약과 구분하여 보관하거나 접근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 경고 라벨이나 전산 알림을 사용해 주의를 환기합니다.
- 필요한 경우 자동화된 확인 또는 독립적인 이중 확인 절차를 둡니다.
- 투여 전후에 혈당, 출혈 여부, 호흡상태, 검사수치 등 약물에 맞는 환자 상태를 관찰합니다.
이러한 절차는 의료진을 불신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실수를 여러 단계에서 발견하고 환자에게 도달하기 전에 막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환자와 보호자도 약물안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고위험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자와 보호자가 아무것도 묻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투여되는 약의 목적을 이해하고 궁금한 점을 확인하는 것은 안전한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물어볼 수 있는 질문
- 이 약은 왜 사용하는 약인가요?
- 약 이름과 용량은 어떻게 되나요?
- 투여 중이나 투여 후 어떤 증상을 알려야 하나요?
- 제가 평소 먹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주의할 점이 있나요?
- 퇴원 후에도 계속 사용한다면 복용·투여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의료진이 약을 준비하거나 투여하는 순간에는 정확한 확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가, 확인이 끝난 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약물 알레르기와 과거 이상반응, 현재 복용 중인 처방약·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세요.
‘두 번 확인’한다고 해서 약이 더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병원에서는 의료기관의 절차에 따라 어떤 약을 투여하기 전에 두 명의 간호사가 서로 확인하거나, 전산 시스템을 통해 여러 단계로 점검하기도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걱정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것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가 아니라 오류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절차입니다.
다만 모든 고위험 약물에 사람이 수기로 두 번 확인하는 방식이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약물안전 전문기관(ISMP)도 표준화, 전산 의사결정 지원, 접근 제한, 자동화된 확인, 필요한 경우의 독립적 이중 확인 등 여러 안전장치를 약물과 환경에 맞게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합니다.
환자가 의료진에게 꼭 알려야 하는 정보는 무엇일까요?
- ☐ 약물·조영제·음식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거 심한 이상반응을 경험했다.
- ☐ 현재 복용 중인 처방약과 일반의약품이 있다.
- ☐ 비타민,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복용하고 있다.
- ☐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 중인 약이 있다.
- ☐ 평소 인슐린이나 항응고제처럼 용량 조절이 중요한 약을 사용하고 있다.
- ☐ 약을 복용한 뒤 어지럼, 심한 졸림, 호흡곤란, 출혈, 식은땀·떨림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겼다.
병원을 옮기거나 새 병원에 입원할 때
복용 중인 약 정보를 빠짐없이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방전이나 복용약 목록, 약 봉투처럼 약 이름과 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세요. 병원에서 실제 약을 가져오라고 안내했다면 원래 포장이나 용기에 담긴 약도 함께 가져가세요.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고위험 약물 때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약 후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겼다면 스스로 판단해 참거나 약을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바로 알려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의 · 안전
입원 중에는 집에서 가져온 약을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복용하지 마세요. 또한 약의 용량을 스스로 줄이거나 늘리거나, ‘고위험 약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의 중단하지 마세요.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해야 할 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이번 글의 핵심 | 고위험 약물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 고위험 약물은 ‘나쁜 약’이 아니라 치료에 필요하지만 오류의 결과가 클 수 있는 약입니다.
- 오류가 더 자주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오류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개념입니다.
- 인슐린, 항응고제 등 항혈전제, 마약성 진통제, 항암제, 고농도 전해질 주사제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 의료기관은 보관·처방·조제·투여·관찰 단계에서 여러 안전장치를 사용합니다.
- 환자와 보호자는 약의 목적을 묻고, 알레르기와 복용약 정보를 정확히 알리며, 이상 증상을 즉시 알려 안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건강 나침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약이 위험한가?”보다
“이 약을 왜 사용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가?”
◆ 건강 나침반 NOTE
고위험 약물의 핵심은 ‘두려움’이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도 작은 오류가 큰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 병원은 그 약을 더 조심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름과 생년월일 등 환자 확인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약의 이름과 용량을 점검하며,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진이나 전산 시스템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합니다.
환자와 보호자도 자신의 약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왜 쓰는 약인지’,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를 묻고, 현재 복용하는 약과 알레르기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약물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받았다고 해서 그대로 복용하기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약의 이름과 사용하는 이유, 주의해야 할 점을 확인해보세요. 환자의 질문은 의료진이 투약 과정을 잠시 멈추어 다시 확인하고, 지금 앞에 있는 환자에게 집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약물안전을 위해 환자와 보호자가 ‘알고(Know), 확인하고(Check), 묻는(Ask)’ 과정에 함께 참여할 것을 권고합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평가에서도 환자가 치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약·검사·처치의 이유와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치료 결정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환자가 약에 대해 알고 묻고 확인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안전한 치료에 참여하는 과정입니다.
40년 임상 현장에서 배운 점
병원에서 약을 투여하기 전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여러 번 확인하면 환자와 보호자는 때때로 번거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임상 현장에서 배운 것은, 안전은 거창한 한 번의 행동보다 작은 의문을 그냥 넘기지 않고 그때그때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위험 약물은 ‘조심해야 하니 쓰지 말아야 하는 약’이 아닙니다. 꼭 필요한 치료를 더 안전하게 받기 위해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약입니다. 의료진이 투약 내용을 확인하는 동안에는 잠시 기다려 주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하세요. 그 질문과 확인이 안전한 치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드리는 작은 실천
- ☐ 내가 평소 복용하는 약의 이름이나 약 봉투·처방전·복용약 목록을 정리해 둔다.
- ☐ 약물이나 조영제 알레르기, 과거 이상반응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린다.
- ☐ 새로운 약을 받을 때 ‘왜 사용하는 약인지’를 한 번 확인한다.
- ☐ 투약 후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기면 의료진에게 바로 알린다.
- ☐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바꾸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고위험 약물은 부작용이 많은 약이라는 뜻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위험 약물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줄 가능성이 큰 약물을 뜻합니다. 약 자체가 나쁘거나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2. 인슐린도 고위험 약물인가요?
네. 앞서 소개한 미국의 약물안전 전문기관(ISMP)은 피하주사와 정맥주사로 사용하는 인슐린을 고위험 약물군으로 분류합니다. 인슐린의 종류와 농도, 용량, 투여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고 혈당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항응고제를 먹고 있는데 병원에 꼭 알려야 하나요?
네. 항응고제는 출혈 위험과 검사·수술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다만 검사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 중단해서는 안 되며,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Q4. 간호사가 약을 두 번 확인하면 문제가 생긴 것인가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고위험 약물에는 오류 예방을 위해 추가 확인 절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안전하게 투여하기 위한 예방 절차일 수 있습니다.
Q5. 고위험 약물 목록은 모든 병원이 똑같나요?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국제적인 참고 목록이 있지만 의료기관은 환자군, 진료환경, 사용 약물과 자체 안전정책 등을 고려해 관리 대상과 절차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순행 | 건강 나침반 운영자
건강 나침반 운영자 이순행은 약 40년간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와 간호관리자로 활동해 온 간호전문가입니다. 환자안전과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독자가 건강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글을 씁니다.
건강정보 이용 안내
이 글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위험 약물과 약물안전의 일반적인 원칙을 설명하기 위한 건강정보입니다. 고위험 약물의 지정 범위와 관리 방법은 의료기관, 환자의 상태, 약의 제형·농도·투여경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약을 ‘고위험 약물’이라는 이유로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변경하지 마세요. 개인의 약물 사용, 검사·수술 전 약 조절, 이상반응에 관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Institute for Safe Medication Practices (ISMP). ISMP List of High-Alert Medications in Acute Care Settings. 2024.
- Institute for Safe Medication Practices (ISMP). Medication Safety Alert! High-alert medication list for acute care settings updated for 2024. January 11, 2024.
- 세계보건기구(WHO). Medication safety in high-risk situations. 2019.
- 세계보건기구(WHO). Medication without harm: Policy brief. 2024.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 관련 안내.
건강 나침반 · 건강의 올바른 방향을 안내합니다.











